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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노회찬, 그리고 우리가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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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관 기자
기사입력 2018-08-14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지난 달 23일, 평생 한결같이 노동자를 위한 길을 걸어왔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시간은 흘러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사망관련소식은 사라지고, 신문지면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추모와 그리움을 전달하던 수많은 시민들도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가 평생을 사랑했던 노동자들은 그가 죽은 후에도 노동자로써의 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정의당 홈페이지)     © 경기브레이크뉴스

 

그렇다.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그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이 돌아간다. 그러나 예전에는 유일했던 한 가지를 우린 상실했다. 우리는 이제 정치인의 말을 듣고 맘 편히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세상에는 정치를 소재로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지금도 많다. 그러나 현역 정치인으로써 기발한 상상력과 어휘력, 그리고 언어유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그 말 자체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정치인은 드물다. 비록 소탈한 이미지로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정치인은 생각보다 많고, 유머는 리더의 필수 자질이라는 충고를 어설피 들은 정치인들이 배워서라도 우스갯소리를 한다 하더라도 노 의원을 대체하긴 힘들다. 일부 정치인들은 고정된 유머코드를 계속 사용하면서 우스갯소리도 외워서 하는 경우마저 있는데 노 의원은 항상 참신했다.

 

 

노 의원의 유머는 천성적으로, 혹은 후천적이지만 아주 오랜 기간 연마해서 마치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의 비유는 늘 적절했고,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었으며, 이해하기 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밌었다. 많은 메시지를 담은 말이 재밌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그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그토록 드문 것이다.

 

 

국내 정치인 중 유일하게 그 일을 잘하던 정치인이 세상을 떠났고, 때문에 우리는 그를 대체할 정치신인이 나타날 때까지 정치인들의 농담에 편하게 웃을 수 없게 됐다.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증거로 그가 사망한 날 사람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을 검색했다. 이 사자성어는 짧은 한 마디 말로 상황의 핵심을 찌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의 짧은 우스갯소리에 언제나 문제의 본질과 핵심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 노회찬의원 추모식에 남긴 메시지(사진-정의당 홈페이지)     © 경기브레이크뉴스

 

누군가는 정치인이 웃기는 게 무슨 큰 덕목이냐고, 국민들을 위한 일을 잘하면 그만이지 않냐고 핀잔 섞인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가장 큰 역할은 국민들을 웃게 하는 것이다. 노 의원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나마 국회의원들을 함부로 싸잡아 미워하지 않았다. 어느 한 집단을 싸잡아 욕한다는 것은 다른 면에서 보자면 그 집단과 자기 자신을 구분 짓는 행위이다. 특히 특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위에 있다고 느껴지는 집단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특권 집단과 다수가 구분될 때, 특권은 더 강해지고 차별은 더 심해진다.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인의 유머이다. 유머는 정치가가 나와 다른 특권을 가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 공감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왜냐하면 유머는 공감 없이는,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강자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수많은 노동자들, 즉 우리 모두는 그것을 증명해주던 결정적 증인을 잃은 셈이다.

 

 

노 의원은 한 프로그램에서 국민을 개・돼지라고 말한 공직자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공직자 자신이 개・돼지라고 말했다가 다급하게 이렇게 정정했다.

 

“개・돼지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가만히 있는 개・돼지는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런 공무원보다 개・돼지가 훨씬 국민에게 이롭습니다.”

 

지독한 특권의식을 가진 자들은 절대 웃을 수 없고, 그 외의 99% 국민들은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하는 노 의원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미 오래전부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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