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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칼럼] 지방선거 이후 강해지는 지방권력, 견제는 누가?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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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관 기자
기사입력 2018-07-20

 

 

▲ 이성관 기자     ©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지역 언론은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조용하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내일의 조’에서 마지막 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하얗게 불태웠어’라고 읊조리는 것처럼 움직임이 없다.

 

 

지방선거란 지역 언론에게 있어 가장 바쁜 시간에 해당한다. ‘지방’이란 단어가 전국적인 뉴스의 톱을 한동안 차지하는 대(大)이벤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 밥줄을 쥘 사람들이 선별되는 시기라서’라는 설명이 좀 더 솔직하다.

 

 

 이때야말로 침묵하던 기자들, 그리고 영업하기 바빠서 기사는 보도자료로 때우던 기자들이 현장이란 현장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이다.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취재경쟁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시기이기도하다. 발암물질이 배출되는 공장 주변의 학교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연일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시장후보 중 누군가에게 연루된 비리에 대해 제보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연일 특종과 단독기사를 마구 쏟아낸다. 어디서 이런 일을 알게 됐는지 신기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주택재개발지역 주민들, 소외된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눈길을 주었다가 돈도 안 되고 힘만 드는 일에 연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언론 기자들은 선거철에 유력후보를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며 그들의 행적하나하나를 기사에 담을 여력은 있지만 그 외의 시기에 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가끔이라도 들어 줄 여력은 없다. 이런 말을 할 때 보통은 “일선에서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는 수많은 기자 분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으며 기사에서 지칭하는 것은 일부 몰지각한 기자들”이라는 식의 말을 붙인다. 그러나 지역 언론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런 틀에 박힌 말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도 없다. 일부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기자들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은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기자들에게 평소에는 왜 취재를 하지 않는가 하고 물을 때, 그들은 취재하고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민・관이 치르는 각종 지역행사나 유력 정치인이 참석하는 의전행사에 지역기자들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런 행사에서 기자들은 악수하고 인사하기 바쁘다. 어차피 다 아는 사이이고 한 번쯤 마주친 사이이기 때문에 취재를 위해서라기보다 얼굴을 비춘다는 의미로 현장에 나타난다. 그리고 사진 몇 장 찍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거나 좀 일찍 일어나는 것이 취재의 전부다. 그리고는 돌아가서 관련기사를 쓰는데 각종 미사여구를 붙여서 문구하나하나에 정성을 가득 불어넣는다.

 

 

기자들이 생각하는 독자는 그 행사를 주최한 주최 측 지인과 참석한 유력 정치인뿐이다. 도저히 기사형식으로 볼 수 없는 글인 것을 본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열광적’, ‘인산인해’, ‘환상적’ 등 주최 측이 좋아할만한 혹은 주최 측이 적어 준 보도자료에 나온 표현 그대로를 기사에 적는다. 문제의 핵심은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는데 있다.

 

 

이 ‘모른다’의 의미는 두 가지이다. ‘언론사 수익을 위해서는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의미와 기사에 쓸 수 있는 말인지 그렇지 않은지 검토할만한 자질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애초에 문제의식이 없다는 의미.

 

 

지금부터 해야 할 이야기는 기자의 자질 문제인데, 이것은 기자 순혈주의나 정통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본 기자도 애초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유수의 언론에서 이른 바 ‘정식코스’를 밟은 기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보면서 주류언론에 기대지 않고 기사를 써보자는 의지하나 만으로 기자가 된 그야말로 ‘사파(私派)’ 기자이다.

 

 

본 기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역 언론에는 기자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을 하다가 어쩌다보니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언론이 엄청나게 생겨나면서 그야말로 기자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그날부로 기자가 됐다. 아무런 검증절차도 없고 기자가 가져야할 기본 소양이 없어도 기자로 일을 하고 기사를 생산한다. 차라리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는 것이 낫겠다고 느껴지는 기사들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이유이다.

 

 

본지에서 예전에 다룬 적 있는 한 기사에는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사 상당 분량을 할애하는데, 내용은 주로 날씨이야기였다. 본격적인 기사는 세상은 봄이 와 화창해졌지만 사건이 벌어진 단체는 아직 겨울이라는 내용을 전하고 난 다음 나온다. 그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쓴 글의 양은 A4용지 반 페이지에 해당할 정도였고, 그 정도면 웬만한 기사 전체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기사의 중간에는 ‘개구락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를 사용하여 개구리를 부르는 사투리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 기사에 꼭 개구리 대신 ‘개구락지’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그 단어를 썼고, 단어를 설명하는데 지면을 낭비했다. ‘개구락지’라는 단어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지났다는 말을 하기 위해 쓴 단어였다.

 

 

또 한 언론에서는 지방선거에 시장후보로 출마한 자의 학위위조논란을 설명하면서 기사 앞부분에 A4용지 한 장에 가까운 분량을 할애하여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관해 서술했다. 그 부분의 요지는 정유라의 학사비리로 인해 국정농단 사태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는 것이었는데, 기자는 그래서 학위논란을 겪고 있는 후보가 정유라와 최순실에 버금가는 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극구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자신이 밀고 있는 경쟁후보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어서 최순실까지 끌어오게 된 것이라는 걸 짐작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사와 일반 글은 다르다. 또 칼럼이나 사설과 일반 기사 역시 큰 형식상의 차이가 있다. 그 기사는 분명 일반 기사의 형식으로 썼어야했다. 고발기사는 보통 제보한 쪽의 이야기가 더 많은 분량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기자의 소견은 가능한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해야한다. 그러나 그 기사에서는 상관도 없고 유사하지도 않은 최순실 국정농단이야기로 기사 전체의 반 가까이 할애했다. 한 쪽을 죽이고, 다른 쪽을 응원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기사인 것이다. 이런 기사는 기자의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자격을 논할 문제이다. 기자로써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지만 역시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그 기자가 계속해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점은 지역 언론의 현실을 정확히 말해준다.

 

 

그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지역 언론의 기사에 관심을 보이는 건 당사자뿐이기 때문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지역 언론의 영향력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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